[사설] 생산·소비·투자 동반 하락…반도체 호황에 기댄 낙관론 경계를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 경제는 4월에 생산·소비·투자가 동반 하락하며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습니다. 이달 초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 있습니다. 연합뉴스 국가데이터처가 29일 발표한 4월 전산업생산지수(2020년 100)는 117.8로 전월보다 0.6% 감소했습니다. 슈퍼사이클 흐름을 탄 반도체 생산이 3.1% 늘며 호황을 이어갔지만 이란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석유정제 생산이 19.4%나 급감하고 자동차 부문도 10% 줄어드는 등 반도체를 제외한 주요 산업 전반의 생산이 크게 위축됐습니다. 생산뿐 아니라 상품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도 전월보다 3.6% 감소했습니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에서 투자가 줄어 전월 대비 3.6% 줄었습니다. 실물 지표의 '트리플 감소'에도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그동안의 높은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일시적인 조정을 받은 것"이라고 부정적 의미를 축소했습니다. 그러면서 "5월에는 소비와 기업 심리 모두 큰 폭으로 상승하고 수출 호조세도 이어지고 있어 개선 흐름이 재개될 전망"이라고 낙관했습니다. 또 기업들은 고환율과 고유가 부담에 직면해 금리 인상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데도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를 "한국 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으로 위기의 전조가 아닌 도약의 마찰음"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국내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위축된 '트리플 감소'는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의 일로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더욱이 최근 한국 경제는 반도체라는 초강력 엔진에 기댄 성장 착시 현상이 뚜렷합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사실상 주요 산업의 활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수출 지표도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달 한국의 15개 주력 수출 품목 가운데 자동차와 철강·가전 등 7개 부문의 수출액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반도체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국면을 이끄는 것은 다행입니다. 그러나 메모리 호황과 증시 급등에 취해 'K자형 양극화'를 방치한다면 증시는 물론 우리 경제 전체가 언제 특정 산업의 위기 속에 빠지게 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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